M Gallery 


전시명      신진 청년작가 채경서 초대전 <머무르는 마음>


전시기간     2024.08.08. (목) - 2024.08.16. (금)


M Gallery


전시명 : 신진 청년작가 채경서 초대전
<머무르는 마음>

전시기간 : 2024.08.08.(목) - 24.08.16.(금) 


<꿈과 환상 : 방랑자의 이야기>_채경서

아름답게 보이는 환상은 한 순간이다.
금방 허무해져 버리는 이상은 안개같이 모호하다.
그럼에도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나의 꿈은 오래도록 남는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어디론가 떠나는 상상을 하는 버릇이 있었다.
떠나는 것이라 해서 단순한 여행이라기 보다 현실에 벗어나
이상적인 나만의 세계를 찾는 도피였다. 누구에게나 사소해 보이지만
오직 나만이 가지고 있는, 남들은 볼 수 없는 형태이다.
그렇지만 일상생활 속 이러한 현상들을 도모하는 것은 모두 '나'로부터 시작된다.
내 눈에도 보이지 않는 내면 속 현상과 감정의 결들을 기억하기 위해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Chapter1: 여행
일상에서의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대상들은 내 시선과 마음을 머물게 한다. 푸르른 빛으로 잠긴 새벽의 풍경, 웅장한 나무들로 빼곡히 채워진 숲, 어둠 속에 빛나는 등불 같은 우연적으로 만난 존재들은 나를 경이롭게 만든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기억하기 위해 작업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사회로부터 이탈된 설정을 가지고 있다. 관람자는 작품 속의 대상을 바라보면 이입이 되어 마치 그림 속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인물의 뒷모습은 얼굴과 표정이 보이지 않아 관람객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낸다.

Chapter2: 환상
무궁무진한 이야기는 작품의 주제로 담긴다. 상상으로 구현된 공간과 세계는 동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지만 약간의 사연을 겸하고 있다. 여기서 사연이라 하면 어떠한 설정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도착하게 된 인물이 회화적 대상을 만나야만 한다는 점이다. 이 대상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 나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이기 때문에 형태가 명확하지 않다. 그저 빛을 통해 어우러진 풍경 속에 그림자 정도로 보일 뿐이다. 의도하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그려낸 과정 속에서 창조된 풍경들은 판타지적이고 묘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찍은 사진들과 인터넷에서 모은 다양한 이미지들을 재조합하여 화면을 구성한다. 아사천 뒷면에 젯소 대신 화운데이션 크림(마쯔다 203)을 전체적으로 바르고 밑바탕을 완전히 건조시킨 뒤, 묽게 희석한 물감을 덧칠하며 차근차근 밀도를 높여나간다. 색감이나 형태는 사전에 계획해서 진행하지만 그리는 순간에도 오직 나의 감각에 대한 믿음으로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드로잉은 주로 아르쉬지에 펜을 사용한다. 손으로 찢은 아르쉬지에 아주 얇은 펜으로 잔터치를 쌓아가며 형태와 명암을 표현한다. 채색은 색연필이나 수채화로 최소한의 색만 칠하여 미묘한 느낌을 표현한다.


<나를 찾는 시간, 풍경 속 하얀 여행>_평론_오경택

작가 채경서는 여행을 하면서 직접 보여 지는 풍경들을 작업의 모티브로 쓴다.
그 사진 안에 자신이 겪었던 일상은 따스한 서정적 모습이기도 하고, 서사적 구조를 띤 전설 속 동화 이야기처럼 보여 지기도 한다.
그때그때 작가가 느끼는 기분이나, 생각에 의해서 표현 되며, 특히 작품 안에는 ‘인물’이 있다는 것이다.
주로 뒷모습으로 그려져 사회로부터 이탈된 자아로 보이기도 하고, 무심한 듯 풍경 속에서 그저 관찰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얼굴 표정을 그리지 않는 이유가 관람자로 하여금 해석의 자유를 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이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이 겪는 스스로 고립되어지는 자아이고,
이상을 찾아 가는 ‘이카루스의 날개’라는 양면성을 담고 있다.

작가는 아사천 뒷면에 흰색 화운데이션크림(마쯔다203)을 발라 부드럽게 표면을 밑 작업하여, 거칠지만 부드럽고 따스하게 표현한다.
이 재료는 이산화티타늄을 아마니오일로 섞은 것인데 건조시간이 3-5일 이상 걸리며 마른 후에는 색연필로 칠해도 좋을 만큼 독특한 질감이 있다.
건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여러 번 발라야하는 수고가 있지만 편안한 분위기 구성과 몽환적 느낌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이라고 보여 진다.
작가는 자신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내면의 꿈’이라 했다. 이것은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창고이며 프로이드가 말한 ‘모든 예술 작품은 꿈과 비슷하다’라는 생각과 같다.
즉 꿈이 의식에서 잡아낼 수 없는 무의식적 사고나 욕망을 가장 선명하고 다양하게 비춰주고 꿈 안의 기억과 잠재된 상상이
창조된 풍경과 회화적 대상으로 재현되어 작품으로 보여 지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안의 인물이 내포한 의미는 어린 시절의 추억, 존재하지 않는 상상속의 경험, 회피나 초월의 갈등, 이루고자 하는 욕망 등이 자유로운 여행을 통해서 작업으로 나타난다.

드로잉 작업을 보면 역시 회화작업의 주제와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에서 혼자 서 있는 아이가 우산을 쓰고 날아오르고 배를 타고 바다 위를 가르는 재미있는 상상이다.
이렇듯 작가는 끊임없이 기록하고 작업하는 습관을 가졌는데 이것은 어릴 적 엄마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배운 필연적 학습이라 작가는 말하며,
이 환경이 미술대학을 거쳐 대학원을 다니면서 쌓아지고, 다듬어져 작업을 해 나가는 단단한 밑 걸음이 되었다고 본다.

결국 그림은 나를 표현하는 것이며,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꾸준히 변화되고 고민하는 과정이 겹쳐질수록 깊이를 가진 작가가 되기에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정진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