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그리고 있다.
누구인지 정확하게 떠오르진 않지만
그 때의 날씨, 온도와 습도, 그 날과 그 곳
그리고 그 순간의 분위기는 선명하게 그려진다.
도대체 누구이길래 이렇게 막역하게 떠오르는 것일까?
언젠가 함께 했던 사람이었을까?
이제는 못보는 이일까? 보고싶어 그리워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아직 만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보게 될 이일수도 있겠단 생각도,
오늘 지나쳤던 사람 중 한 명일수도 있겠단 생각도,
어쩌면 내 자신 일수도 있겠단 생각마저도 든다.
분명한 것은 머릿속에 떠오를 만큼
나와 어떠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그 사람을 이렇게 그리게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면서
그 막역한 사람을 그리고 있다.
김성훈 "작가노트"
